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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화·연예

청첩장에 많이 쓰이는 시 7편

by falling star 2019. 11. 7.

가끔 청첩장을 받아보면 안에 예쁜 문구들을 만날 때가 있다.

간결한 글귀도 좋고, 마음을 녹이는 시 한 편도 좋다.

좋은 일에 좋은 글들이 가득해서 그런지 마음이 더 차오르기도 한다.

특히 시 한 편이 적혀있는 청첩장을 볼 때면... 어쩐지 기분이 더 묘해지기도 한다.

그들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아주 살짝 엿본 것 같기도 하고, 나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.

아, 각설하고 여하튼 나는 청첩장에 적힌 시들을 좋아하는데...

이번 포스팅에서는 청첩장에 많이 쓰이는 시들을 모아보았다.

나도 그언젠가.. 청첩장에 시를 넣어볼까. 흠.

안도현 <그대에게 가고싶다>

 

해 뜨는 아침에는

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

그대에게 가고 싶다

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

밤새 퍼부어대던 눈발 그치고

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듯 열리는 날

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

그대에게 가고 싶다

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

간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보낸

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

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

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

가슴이 타는 사람이 아니냐

 

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

새날이 밝아오고

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

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

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

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

그날이 온다면

봄이 올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

우리를 덮어 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

나를 잊지 않으리

 

사랑이란

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지 않고

그리고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는 것

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

그대에게 가고 싶다

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

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

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나를 불러다오

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

그대에게 가고 싶다

 

릭 노먼 <그대는 나의 일부>

 

그대는 나의 일부

내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부분

내가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단 하나

그대 없이 살아가지 않게 해달라는 것

당신을 사랑합니다.

 

안도현 '사랑한다는 것'

 

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

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

이 세상에 태어나서

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

이 세상 전체를

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

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

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

그대는 나의 세상을

나는 그대의 세상을

함께 짊어지고

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

 

 

이수동 <동행>

 

꽃 같은 그대

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

그대는 꽃이라서

10년 이내 10년은 변하겠지만

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,

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.

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

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

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.

 

이해인 <사랑의 사람들이여> 중

 

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

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

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

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

오랜 기다림 끝에

혼례식을 치리는 날

세상을 더욱 아름다워라

 

한용운 <사랑>

 

봄물보다 깊으니라.

갈산보다 높으리라.

달보다 빛나리라.

돌보다 굳으리라.

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.

 

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시 <두 사람>

 

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

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

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

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

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

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

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

두 사람의 앞에는

오직 하나의 인생만 있으리라

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.

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.

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

오랫동안 행복하리라.

 

이수동 <사랑가>

 

이 눈밭, 괜찮습니다.

나의 그대를 향한 사랑으로

충분히 녹일 수 있습니다.

혹여, 그것이 벅차다면

우리 보금자리라도 나의,

그대로 인한 신열(身熱)로

따뜻하게 데우겠습니다.

그리고 그대 닮은 산세베리아도

피우겠습니다.

장담하건대,

세상이 다 겨울이어도

우리 사랑은 늘 봄처럼 따뜻하고

간혹, 여름처럼 뜨거울 겁니다.

그대, 사랑합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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